샘플 인터뷰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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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2021

옥스브리지 의대 인터뷰: 가계도 유전 문제 풀이

Deyaanjali D. · Medicine (Oriel College, Oxford)

저는 Deya이고, 옥스퍼드 오리엘 칼리지(Oriel College) 의학과 2학년입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가장 무서웠던 건 외운 걸 빠뜨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만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겪고 나서 알게 된 건, 그런 문제가 "혹시"가 아니라 "반드시"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옥스브리지 인터뷰는 애초에 지원자의 지식 경계 바깥으로 밀어붙이도록 설계돼 있으니까요.

아래 가계도 문제가 정확히 그런 문제였습니다. 제가 막혔던 순간까지 포함해서,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을 순서대로 적어 봅니다.

가계도 한 장으로 시작된 질문

튜터가 종이 한 장을 밀어 줍니다. 3대에 걸쳐 어떤 유전 질환이 나타나는 가계도(pedigree chart)이고, 질문은 한 줄입니다. 이 질환이 어떻게 유전되는지 설명해 보세요.

여기엔 꺼내 쓸 지식이랄 게 없습니다. 그림은 처음 보는 것이고, 병에는 이름조차 없고, 교과서에 이 페이지는 없습니다. 튜터가 보려는 건 여러분이 무엇을 외웠는지가 아니라, 외운 것을 처음 보는 상황에 어떻게 갖다 쓰는지입니다.

그래서 최악의 반응은 종이만 내려다보며 혼자 계산하는 것입니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세 단계를 지나갔더라도, 튜터에게 보이는 건 침묵뿐이에요. 들리지 않는 추론은 평가할 수도 없고, 방향이 어긋났을 때 잡아 줄 수도 없습니다.

아는 선택지를 먼저 소리 내어 늘어놓기

첫 단계는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틀을 말하는 겁니다. 유전 양식은 상염색체(autosomal)이거나 X 염색체 연관(X-linked)이고, 각각 우성이거나 열성입니다. 조합은 네 가지뿐이죠.

이걸 입 밖으로 내면 두 가지가 동시에 해결됩니다. 튜터에게는 내가 찍는 게 아니라 구조를 가지고 접근한다는 신호가 되고, 나에게는 하나씩 대볼 체크리스트가 생깁니다. 체크리스트가 있으면 적어도 "할 말이 없어서 생기는 침묵"은 사라집니다.

한국 학생에게는 이 습관이 특히 따로 연습할 값어치가 있습니다. 우리는 다 풀고 나서 답을 쓰는 훈련을 받았지만, 인터뷰는 순서가 반대예요. 먼저 말하고, 그다음에 씁니다.

X 염색체 연관을 지워 나가기

가계도에 발병한 여성이 있는지부터 봅니다. 있습니다.

그러면 X 연관 열성은 가능성이 낮습니다. 여자아이는 X가 두 개라 발병하려면 둘 다 결함이 있어야 하는데, 아버지가 정상이라면 아버지에게서는 반드시 정상 X를 하나 받습니다. 아버지 본인이 발병자가 아닌 이상 설명이 안 되죠.

X 연관 우성도 잘 맞지 않습니다. 남자아이는 X가 하나뿐이라 그 하나가 결함이면 보완할 상대가 없고, 이런 경우는 생존하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

여기까지 네 가지 중 두 가지가 지워졌는데, 계산은 한 줄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사실 자체를 소리 내어 말했어요. "아직 계산은 시작도 안 했는데 절반이 걸러졌습니다." 그 말이 곧 방법을 보여 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상염색체 가설을 가계도에 대보기

남은 건 상염색체 두 가지입니다.

상염색체 열성이라면, 부모가 둘 다 보인자일 때 자녀 발병 확률은 대략 4분의 1입니다. 상염색체 우성이라면, 발병하지 않은 아버지가 보인자가 아니라 정상 대립유전자의 동형접합이라는 전제 하에 2분의 1이고요.

이 대목에서는 반드시 펜을 드세요. 교배도를 그려서 누가 보인자이고 누가 발병자인지 표시하는 겁니다. 정확히 계산하려고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따지고 있는지를 튜터가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려고요.

2세대까지는 상염색체로 봐도 그럭저럭 넘어갑니다. 무너지는 건 3세대입니다. 발병한 아버지의 자녀는 전원 멀쩡하고, 발병한 어머니의 자녀는 전원 발병합니다.

이런 "전부 아니면 전무" 분포는, 4분의 1이나 2분의 1처럼 오르내려야 할 비율과 전혀 다른 얼굴입니다. 확률은 그렇게 얌전하지 않거든요.

그럼 남는 답은 무엇일까

단서를 나란히 늘어놓아 봅니다. 남녀 모두 발병한다. 그런데 전달은 어머니만 한다. 1세대에서는 어머니가 자녀 전원에게 물려줬다. 2세대에서는 딸들만 계속 물려주고, 그 딸들의 자녀는 전원 발병한다. 아들 쪽 계보는 거기서 끊긴다.

X 연관도 아니고, 상염색체로도 깔끔하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여기서 막히고, 저도 막혔습니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막혔다는 사실 자체를 말로 꺼내세요. "X 연관은 배제했고 상염색체로는 3세대가 설명이 안 됩니다. 그러면 제가 아직 고려하지 않은 네 번째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겠네요."

그리고 한 발 물러나 묻습니다. 상염색체든 X 연관이든 결국 염색체 안의 핵 DNA 이야기입니다. 그럼 세포 안에서 DNA가 또 어디에 있죠?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입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오직 어머니에게서만 옵니다. 수정 과정에서 정자는 핵 DNA는 전달하지만 자기 미토콘드리아는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버지는 발병자여도 물려주지 못하고, 어머니는 아들딸 가리지 않고 전원에게 물려줍니다.

가계도의 모든 선이 여기에 들어맞습니다. 답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입니다.

이 문제에서 피해야 할 두 가지

첫 번째 함정은 얼어붙는 것입니다. 떠오르는 지식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못 푼다고 결론 내리는 것. 이 문제엔 애초에 떠올릴 지식이 없습니다. 모두가 맨손으로 시작해요.

두 번째 함정은 먼저 떠오른 유전 양식을 전체 그림에 대보지도 않고 내뱉는 것입니다. 2세대가 맞는다고 3세대가 맞는 게 아니고, 이 문제의 난이도는 정확히 여러분이 확인하기 귀찮아하는 그 세대에 숨어 있습니다.

속도를 늦추고, 각 선택지를 모든 세대에 하나씩 대보고, 그 과정을 말로 풀어 주세요.

튜터가 실제로 보고 있는 것

이 문제를 뚫은 건 제가 외워 간 지식이 아니었습니다. 소거법, 그리고 뻔한 답이 다 떨어진 뒤에도 한 겹 더 생각해 보려는 태도였습니다.

튜터는 흠을 잡으려고 앉아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막히면 밀어 줍니다. "세포 안에 DNA가 또 어디 있죠?" 같은 힌트를 던져 주기도 하고요. 다만 그 힌트를 받으려면 내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를 상대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소리 내어 말하기가 요령이 아니라 전제 조건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나고 나서 분명해진 게 하나 있습니다. 인터뷰는 튜토리얼(tutorial, 옥스퍼드의 소규모 지도수업. 보통 학생 1~3명에 튜터 한 명)의 견본이라는 것. 이미 다 아는 사람을 고르는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 3년 동안 매주 이 방에서 함께 논의하면 어떨지를 시험해 보는 자리입니다. 그러니 심문이 아니라 토론이라고 생각하세요. 확신이 없으면 없다고 말하면 됩니다. 튜토리얼에서는 그런 말이 매주 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