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 인터뷰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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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2021

옥스퍼드 생화학 인터뷰: 물속 수소 원자 수

Lauren A. · Biochemistry (Oxford)

저는 Lauren이고, 옥스퍼드에서 생화학(Biochemistry)을 공부했습니다. 2013년 제 인터뷰는 DNA 염기부터 아미노산, 유전 질환까지 꽤 넓게 다뤘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처음엔 답이 없어 보였던 문제였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특히 잘 굳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정답이 있고 공식이 있는 문제를 오래 훈련해 왔는데, 둘 다 없는 문제가 나오면 반사적으로 입을 닫고 속으로 스스로를 탈락시켜요. 그런데 옥스퍼드 생화학 인터뷰에서 이런 문제는 지원자를 걸러내려고 내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튜터가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라서 내는 겁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

물 한 잔에 수소 원자가 몇 개나 있을까요?

당연히 셀 수 없습니다. 그게 요점이에요. 이건 추정(estimation) 문제, 이른바 페르미 문제(Fermi question)이고 아무도 정확한 숫자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보려는 건 하나입니다. 한 번에 답할 수 없을 만큼 큰 문제를, 실제로 다룰 수 있는 크기의 단계로 쪼갤 수 있는가.

이건 생화학에서 놀이가 아닙니다. 세포 안 대사물질 농도를 어림잡을 때, 실험 수치가 세 자릿수쯤 어긋난 게 아닌지 판단할 때, 매번 같은 능력을 씁니다. 먼저 쪼개고, 그다음 근사한다. 그러니 한 단계씩, 소리 내어 가세요.

유리잔 크기부터 가정하기

먼저 유리잔의 크기를 어림합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기둥이라고 치고 높이 10센티미터쯤, 밑면 지름 10센티미터쯤이면 부피는 대략 750 세제곱센티미터. 정확히 맞을 리 없고 맞을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어떤 가정을 세웠는지는 분명히 말해야 해요. 그래야 인터뷰어가 따라오고, 필요하면 끼어들어 조정해 줍니다.

대충이라도 숫자를 입 밖에 내는 편이, "정답" 숫자를 몰라 굳어 있는 것보다 언제나 낫습니다. 그리고 여기엔 숨은 채점 포인트가 있습니다. 가정을 말로 꺼낸다는 건 이 숫자가 언제든 교체 가능하다는 걸 안다는 뜻이고, 튜터는 그 한마디로 여러분이 추정의 규칙을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압니다.

부피를 질량으로 바꾸기

물의 밀도는 약 1 g/cm³이므로 750 세제곱센티미터는 대략 750그램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하는 일이 작지 않습니다. "추측한 값"인 부피를 "계산할 수 있는 값"인 질량으로 옮겨 놓았고, 그 다리를 놓은 건 늘 들고 다니던 상식 하나였습니다. 공식을 많이 외운 사람보다, 필요한 순간에 상식을 꺼내 쓰는 사람이 인터뷰에서는 훨씬 눈에 띕니다.

질량을 몰로 바꾸기

이제 물의 분자량 약 18 g/mol로 나눕니다. 750 ÷ 18 ≈ 42몰.

몰(mole)이 이 문제의 심장입니다. 유리잔이라는 일상 크기와 원자라는 보이지 않는 크기를 잇는 유일한 다리니까요. 모든 추정 문제에는 이런 다리가 하나씩 있고, 그걸 찾는 순간 문제의 절반은 무너집니다.

덧붙여, 18이 어디서 왔는지도 한 줄 말해 주면 좋습니다. 산소 16에 수소 1이 두 개. 잘난 척이 아니라, 숫자를 외운 게 아니라는 확인이에요.

몰을 원자 수로 바꾸기

여기에 아보가드로 수(Avogadro's constant) 약 6×10²³을 곱하면 물 분자의 개수, 약 2.5×10²⁵개가 나옵니다.

물 분자 하나에 수소 원자가 두 개이므로 다시 2를 곱해서, 약 5×10²⁵개의 수소 원자. 이게 답입니다.

답을 내놓고 한 문장 더 붙이길 권합니다. 검산이요. 이 숫자는 은하계의 별 개수보다도 몇 자릿수나 큰데, 물 한 잔이라면 그게 맞습니다. 만약 10⁵ 같은 값이 나왔다면 어딘가에서 단위를 놓친 거예요. 스스로 자릿수 검산을 하는 그 동작이, 이 문제에서 가장 과학자다운 순간입니다.

여기서 많이들 미끄러지는 지점

흔한 실수는 셋입니다.

첫째, 유리잔 부피를 정하지 못해 그 자리에서 굳는 것. 부피가 두 배 틀리면 답도 딱 두 배 틀릴 뿐이고, 추정 문제에서 그건 정상 범위입니다.

둘째, 가정을 속으로만 세우는 것. 그러면 튜터에게는 숫자만 보이고 그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셋째, 물 분자 하나에 수소가 둘이라는 걸 잊고 마지막 ×2를 빠뜨리는 것. 가장 많이 잃는 점수인데, 잃는 건 계산력이 아니라 마무리의 집중력입니다.

각 단계를 소리 내어 말하면 셋이 한꺼번에 해결됩니다. 말하는 동안에는 단계를 건너뛸 수가 없거든요.

이런 문제에 강해지는 법

페르미 문제를 무섭지 않을 때까지 연습하세요. 이 도시에 피아노 조율사는 몇 명일까? 내 몸에는 세포가 몇 개 있을까? 한 사람이 평생 마시는 물은 몇 리터일까?

그리고 언제든 꺼낼 기준값 몇 개를 주머니에 넣어 두세요. 물의 밀도와 분자량, 아보가드로 수, 세포 크기의 자릿수 정도면 충분합니다. 숫자 자체가 값진 게 아니라, 3초 안에 꺼낼 수 있어서 남는 주의력을 전부 추론에 쓸 수 있다는 게 값집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 문제가 묻고 있던 건 화학이 아니었어요. 끝이 안 보일 만큼 큰 문제 앞에서 먼저 얼어붙는 사람인지, 먼저 잘라 보는 사람인지를 묻고 있었습니다. 생화학이라는 학문이 매일 던지는 질문이 그건데, 인터뷰는 그걸 조금 일찍 물어본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