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경험담

  /   자료실   /   입시경험담

10-28 2022

옥스퍼드 ELAT, 채점관이 알려주는 준비법

ELAT을 직접 보고 채점까지 해본 옥스퍼드 영문학 전공자가 시험 구성과 90분 배분, 비교 에세이 실전 팁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2026년 입시 기준 시행 여부까지.

  • 조회수(11007)

영문학으로 옥스퍼드를 지원하려는 학생들이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ELAT은 대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딱 떨어지는 문제집도, 정답표도 없는 시험이라 더 그렇죠.

저는 Sam입니다. 옥스퍼드 영문학과에 지원하면서 ELAT을 봤고, 그 뒤에는 채점관(examiner)으로 이 시험을 채점했습니다. 그래서 책상 양쪽에서 본 이야기를 해드릴 수 있습니다.

먼저 중요한 사실 하나. 옥스퍼드 영문학부는 2026년 10월에 지원하는 지원자는 ELAT을 치르지 않는다고 공지했습니다. 시험 운영 방식을 재검토 중이며 향후 재도입을 희망한다고 밝혔고, 그동안 지원자는 서면 과제 샘플(written work)을 제출해야 합니다. 그러니 아래 내용은 이렇게 쓰시면 됩니다. ELAT이 부활하면 그대로 시험 대비서이고, 지금 지원한다면 서면 과제를 쓰고 텍스트 정독 인터뷰를 준비하는 지침입니다. 사실 두 가지가 보는 능력은 같습니다.

ELAT은 어떤 시험인가

ELAT(English Literature Admissions Test)은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치르던 입학 시험입니다.

인터뷰 전에 응시하고, 그 점수가 인터뷰 초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쓰입니다.

자기소개서, 추천서, 성적과 나란히 놓이는 자료예요. 이 모든 것을 보는 가장 정직한 방식은 각각이 자신을 잘 보여 줄 별개의 기회라는 것입니다. ELAT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요.

시험지는 어떻게 짜여 있나

독해 시험지를 펼치면 여섯 편 안팎의 지문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시대에 쓰였고 연대순으로 배열돼 있습니다.

90분 중 30분은 읽고 메모하는 데만 쓰라고 권장합니다. 저는 그 시간을 정말로 다 쓰라고 말씀드립니다.

지시문(rubric)이 지문들을 하나의 주제로 묶습니다. 과거 주제로는 바다, 이별, 아버지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편을 골라 비교하되 구조·언어·문체에 주목하라고 요구합니다.

마지막 세 단어를 기억하세요. 구조, 언어, 문체. 수사가 아니라 채점 항목입니다. 여러분이 쓰는 각 문단은 적어도 그중 하나에 착지해야 합니다.

팁 1: 처음부터 주제를 붙들고 읽으세요

그 첫 30분 동안 지문을 훑을 때, 머릿속에서 주제를 계속 돌리세요.

A 지문을 읽으며 묻습니다. 이건 "아버지"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 B 지문도 같은 질문.

당연해 보이지만, 어떤 지원자들은 ELAT을 학교에서 배운 걸 전부 쏟아 낼 기회로 여기고 외부 연구를 억지로 밀어 넣습니다. 대개 헛수고입니다.

채점하면서 이런 답안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앞 200단어가 어떤 이론가의 이름을 늘어놓는 데 쓰이고, 지문 인용은 300단어쯤 가서야 처음 나옵니다. 다른 데서 배운 것을 지렛대로 끼워 넣지 마세요. 눈앞의 이 페이지에 실제로 무엇이 쓰여 있는지 오래 들여다보고, 그것에 대해 쓰세요.

팁 2: 할 말이 가장 많은 두 편을 고르세요

읽는 동안, 어느 두 편을 나란히 놓으면 가장 흥미로울지 눈여겨보세요.

두 지문이 같은 주제에 대해 날카롭게 대립하는 관점을 취할 수도 있고, 그 대비가 쓸 거리를 잔뜩 만들어 줍니다.

혹은 형식 자체가 아예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나는 시, 하나는 편지. 그러면 시 속의 아버지 됨과 편지 속의 아버지 됨이 어떻게 다른지를 탐구할 수 있습니다.

내용에서든 형식에서든 가장 풍부한 비교를 만들어 주는 짝을 고르세요.

아주 실용적인 판단 기준이 있습니다. 고르기 전에 후보 짝마다 비교 문장을 세 개씩 초고지에 써 보세요. 세 문장이 안 나오는 짝은 고르지 마세요.

팁 3: 미술관을 큐레이팅하듯 배치하세요

제가 붙들고 있는 이미지는 이겁니다.

형식을 비교하든 내용을 비교하든 둘 다이든, 지시문이 준 주제로 미술관의 방 하나를 큐레이팅한다고 상상하세요. 그리고 사람들이 그 앞에서 이야기하도록, 가장 흥미로운 두 작품을 골라 나란히 겁니다.

쓰는 내내 "왜 이 둘이 나란히 걸려야 하는가"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하세요.

둘을 함께 놓고 보면 주제에 대한 감각이 더 유연해지고 더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에세이가 보여 주는 것이 정확히 그 과정입니다.

큐레이팅 비유에는 한 겹이 더 있습니다. 큐레이터는 소장품을 전부 걸지 않습니다. 덜어 내는 것 자체가 판단력의 증거입니다.

짧게 정리하면

읽기 시간을 다 쓰되 주제를 놓지 말 것. 할 말이 가장 많은 짝을 고를 것. 두 지문을 직접 골라 나란히 건 두 점의 그림처럼 다룰 것.

채점관을 해 보고 가장 깊이 남은 것은 이겁니다. 이 시험은 많이 읽은 사람에게 점수를 주지 않고, 자세히 본 사람에게 점수를 줍니다. 그리고 그 둘의 차이는 대개 첫 문단에서 이미 드러납니다.